한국선 발목잡힌 모다모다…정작 미국에선 "경이롭다"

세계 최대 뷰티박람회 참가바나나의 자연 갈변 강조하려16평 부스 '바나나 콘셉트' 꾸며韓 식약처 문제삼은 THB 성분미국에선 규제 없이 사용 가능"자연 갈변 방식 샴푸 처음 봐"부스 방문 외국인들 찬사일색



16평 정도의 널찍한 공간에 바나나 쿠션과 인형이 가득하다. 바나나로 채워진 이 공간에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들이 북적이고 있다. 외국인들은 바나나를 구경하러 온 게 아니다. 이들은 바나나의 자연 갈변 현상을 적용한 염색샴푸 '모다모다'를 둘러보러 온 전 세계 바이어들이다. 모다모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코스모프로프 2022'에 참가해 바나나의 갈변 현상과 연결 지어 부스를 꾸렸다. 코스모프로프는 전 세계 1400여 개 기업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 뷰티 박람회다.모다모다가 '코스모프로프 2022'에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의 첫발을 내디뎠다. 모다모다는 모발 제품 시장 규모가 큰 북미 시장을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모다모다가 해외 시장에 공들이는 이유는 국내의 불확실한 규제 상황 때문이다. 국내 규제가 혁신기술을 내세운 중소기업을 해외로 몰아낸다는 지적이 나온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서 지난 1월 모다모다 제품에 포함된 1, 2, 4-트리히드록신벤젠(THB) 성분을 화장품(샴푸 포함)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규제개혁위원회가 식약처에 THB의 위해성을 추가 검증하라고 권고하며 식약처와 모다모다 간 갈등은 장기화됐다. 그사이 국내 대기업들은 자연 갈변이 아닌 염모제 성분을 포함한 염색샴푸를 출시하며 시장을 키워 왔다. 염색샴푸 시장을 개척한 모다모다는 정작 국내 시장에서 불확실한 위치에 서게 됐다.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모다모다의 해외 교민 시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출시 초기 모다모다 샴푸는 입소문을 타며 교민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위해성 논란이 불거진 이후 판매량이 줄어 초기 기대했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모다모다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위해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해외 현지인들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네거티브 방식(법으로 금지한 게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를 택하는 미국에서는 THB 성분을 금지하지 않는다. 이미 미국에서는 THB 성분을 포함한 염모제가 판매되고 있다.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모다모다 샴푸는 두피에 바르는 염색약이 아니라 씻어내는 샴푸이기 때문에 THB 성분이 직접적인 피부 접촉을 통해 위해성을 나타낸다는 선례와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며 "식약처에서 제기한 위해성 우려만으로도 국내 판매는 크게 위축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미국 현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박람회에서 기자를 만난 흑인 여성 킴 하이드 씨는 연신 "Phenomena(경이로운 것)"를 외쳤다. 그는 "염색을 위해서는 별도로 염색약을 사고 30분씩 앉아 기다려야 하는데 샴푸로 그저 규칙적으로 머리를 감기만 하면 새치가 염색된다는 게 혁신적"이라며 "주변에 젊은 나이에도 새치로 고민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에게도 이 샴푸가 대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 다이앤 소엠 씨도 "미국에서 염색샴푸와 비슷한 제품을 보기는 했지만 이런 원리로 작용하는 제품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 모다모다는 코스모프로프 NA(북미) 어워드 헤어 부문에서 국내 모발 제품 기업 최초로 수상하기도 했다.규제를 피해 해외로 눈길을 돌린 건 모다모다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번 박람회에 마련한 '프리미엄 한국관'에서 부스를 이용하고 있는 젠스는 수출만을 하고 있다. 젠스는 의료기기와 필러를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이왕헌 젠스 대표는 "과거에는 성분조사 규제 품목 수가 해외에서 더 많았는데 지금은 한국이 훨씬 많아졌다"며 "이 때문에 내수시장에는 접근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