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아직도 헷갈려”... 단속 첫날 우왕좌왕 교차로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확대하는 등 보행자 보호의무가 강화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된 12일 오후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에서 경찰관들이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운전자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통행하고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해야 한다. 또한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신호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의 통행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일시정지해야 한다. /신현종 기자12일 서울 강동구 천호역 교차로. 인근 백화점에서 나온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순간, 우회전을 하며 들어온 차 한 대가 그의 앞을 쌩 지나갔다. 강동경찰서 경찰 남정우 경장은 이 운전자를 불러 세우고 “일시정지를 하지 않아 법 위반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운전자 김우현(40)씨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어서 건넜는데 뭐가 문제냐”고 따졌다. 경찰이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사람만 있어도 멈춰야 한다”고 하자, 김씨는 “지나가려고 하는 건지 아닌지 어떻게 운전자가 일일이 확인하느냐”고 맞섰다.이날부터 교차로에서 우회전한 후 만나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경우’나 ‘건너려는 의사를 보일 경우’ 운전자로 하여금 일단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우도록 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지금은 횡단보도 위에 길을 건너는 사람이 없다면 운전자는 멈추지 않고 서행하며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이날부터는 횡단보도 위에 보행자가 없더라도 횡단보도 주변 인도에 길을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 멈춰야 한다. 이를 어기는 경우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경찰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 범칙금·벌금 대상으로 ‘딱지’를 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첫째는 횡단보도 위에 보행자가 있는 경우 ‘일단 멈춤’ 없이 그냥 지나가면 적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그동안 보행자가 길을 거의 다 건너가서 차량이 횡단보도를 가로질러도 보행자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단속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행자가 정말 위협받지 않았는지 등을 까다롭게 따져 범칙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교차로 우회전, 이럴 때 조심하세요운전자들은 특히 교차로에서 우회전했을 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있는지, 그들이 길을 건너려 하는지 등을 잘 살펴야 한다. 보행자가 언제든 횡단보도를 이용해 길을 건널 수 있어, 횡단보도 주변에 사람이 있다면 일단 멈추는 게 좋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두번째는 횡단보도 주변에 길을 건너려는 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경우다. 우회전 후 만나는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불일 때 누군가가 그 주변 인도에서 횡단보도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다면 운전자는 일단 차를 세워야 한다. 이를 포함해 경찰은 ‘손을 들어 건너려는 의사를 표시한 경우’ ‘차도를 향해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경우’ 등은 길을 건너려는 의사가 있는 상황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이런 사람을 보면 일단 차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우회전 후 만나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빨간불이면, 인도에 사람들이 서 있어도 서행하며 곧장 지나가도 된다.하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빚어졌다. 단속에 적발된 60대 중반 운전자 최영숙씨는 “차라리 우회전 신호기를 하나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에선 단속 나온 경찰끼리 논쟁하는 일도 있었다. 한 경찰은 “교차로 우회전 때 횡단보도 신호가 빨간불인데 보행자가 건너려는 느낌이 든다는 것만으로 운전자가 차를 일단 세우는 게 가능하냐”고 말하고, 또 다른 경찰은 “그 경우 차를 세우지 않으면 단속 대상”이라고 맞서기도 했다.한편, 교차로 우회전과 무관하게 신호등 없는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 앞에서는 무조건 일단 멈춤 해야 하는 것도 이날부터 달라진 점이다.